한국인 참가자 오리엔테이션

안녕하세요, 이제 우리가 모이는 날이 너무 다가와서 코앞… 정도가 아니라 눈썹에 닿을 지경이네요 :-) 

우선 이 행사에 관심 가지고 신청해주신 것을 가슴 깊이 감사드립니다. 여기에 참여하기 위하여 미국, 캐나다, 홍콩, 영국, 노르웨이, 스웨덴, 독일 등 세계각지에서 사람들이 곧 날아오는데요, 이 사람들이 그냥 길거리에 흔히 보이는 외국인 관광객하고 뭐가 다른지를 생각해봤습니다. 그러다보니 ‘구경’과 ‘체험’의 차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구경은 편하지만, 체험은 불편합니다.

구경은 쉽지만, 체험은 힘들 수 있습니다.

구경은 밖에서 맴도는 것이지만, 체험은 안으로 파고드는 것입니다.

구경은 경험을 소비하는 일이지만, 체험은 경험을 창조하는 일입니다.

이들은 단순한 관광객이 아닌 한국어 학습자들입니다. 그리고 이들이 오는 이유는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깊이 경험하기 위함입니다. 즉 구경을 넘어서서 체험을 하러 오는 것이지요. 

언어와 문화를 깊이 경험하는 유일한 길은 그 속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을 사귀는 것인데요, 그렇다면 이들이 여기까지 오는 이유는 바로 여러분들을 만나러 오는 것이라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사람 사이의 만남이 건강하고 아름답기 위해 꼭 필요한 게 하나 있습니다. 그건 바로 관계의 평등함입니다.

안타깝게도 그 언어를 배우는 사람과 그걸 모국어로 쓰는 원어민 사이에는 불평등이 존재하기 쉽습니다. 한 쪽이 다른 쪽을 억압해서가 아니라 배우는 쪽에서 느끼는 감정 때문에 그렇습니다. 

내가 이 언어를 못 한다는 게 창피할 수 있습니다. 쭈그러 들 수 있습니다. 원어민이 가진 편안함과 당당함이 없습니다. 그래도 해보려 합니다. 그러면서 잘 하려는 마음과 위축되는 마음 사이에 갈등이 생깁니다. 옛날에 영어를 배운 사람들은 이게 뭔지 잘 알죠.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도 이런 감정들을 똑같이 느끼는데요, 여기 관련하여 몇가지 부탁 드리고자 합니다.

  • 소통을 위하여 영어 사용은 어쩔 수 없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못 알아듣는 것 같아도 어느 정도 한국어를 섞어서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이들과 한국말로 말할 때 너무 기계적으로 천천히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쉼표를 자주 넣어가면서 말해주시면 도움이 됩니다.

  • 이야기 손님으로서 스토리텔링을 해주시는 분들은 제가 같은 말을 한번 더 해달라고 요청하는 일이 많을 것입니다.

  • 게임이나 행사 진행을 할 때 제 존댓말이 좀 짧아질 때가 있을 것입니다 (외국인들 리스닝 부담을 좀 덜어주기 위함).

끝으로 구경과 체험의 차이에 대한 얘기를 쪼금만 더 하고 글을 마치려 합니다.

한국에 살거나 찾아오는 외국인의 숫자는 참 많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세상과 우리의 세상은 섞일 기회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분들에게도 이 모임이 다른 나라 사람들을 깊이 경험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냥 멀리서 구경하는 대상이 아니라 같은 공간과 시간을 나누며 깊이 알아나가는 대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하지만 이건 제가 해드릴 수 없습니다. 저는 판을 짜는 사람에 불과하니까요. 이 평범한 판을 난장판으로 바꾸어내는 것은 참가자 여러분의 몫입니다 :-)

삼국지 분량의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5일날 뵐게요!

Jonson Lee (존슨) 

SpongeMind Podcast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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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두가지 추가사항입니다.

  • 산이나 절에 가는 일정에 포함되신 분들은 산길에 적합한 신발을 신고 오시기를 바랍니다. 인왕산 등산은 장갑도 갖고 오시면 좋구요 (바위를 기어오르거나 밧줄을 잡을 때가 있음). 스펀지마인드 (=저)와 계동배렴가옥은 혹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 모임 중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은 배렴가옥과 스펀지마인드에서 나중에 홍보용으로 사용하게 될 수 있으며 여기에 대한 동의서를 받을 예정입니다. 혹시 이게 문제가 되신다면 배렴가옥측과 저한테 참석을 취소한다고 알려주시면 됩니다.